양재훈의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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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훈의 잡담, 출발합니다.

양재훈

문학의 아침 금요일란의 새 필자 양재훈입니다. 이 코너를 담당하고도 한참이나 지나 이제야 인사를 올립니다. 저는 인하대 박사과정에 재학중이고, 석사논문에서는 1930년대 이원조의 비평을 다뤘습니다. 올해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평론으로 등단을 하기도 했습니다. 연구소 소통과 연대 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어 참석한 첫 회의에서 등단도 했는데 문학의 아침의 빈 자리를 맡아 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고, 자신의 모자람을 잘 알고 있는지라 몇 번을 고사한 끝에 결국 강권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꼭 새로운 글일 필요는 없으니 여기저기 청탁을 받아 쓴 글들을 재활용하면 된다는 말에 부담이 조금 줄기도 했습니다. 아직 청탁을 받아 쓴 글이 없다는 게 함정이었지요.


제목을 양재훈의 ‘잡담’으로 정했습니다. 생각이나 지식의 깊이가 한참 모자란 제가 중요한 이야기들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꼴사나운 일이겠고, 그냥 무엇이든 잡다하게 떠오르는 생각들을 끄적여보겠다는 의미입니다. 오늘은 첫 번째 인사이고 하니 젊은 신진 연구자답게 나름의 포부랄까 할 만한 것을 적어 보면 어떨까 합니다.


지금 문학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은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이 질문에 가장 쉽게 대답하는 길은 ‘문학이 왜 무언가를 해야만 하느냐?’라고 반문하는 것일 터입니다. 하지만 그런 반문은 질문을 회피하는 일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적절한 대답은 ‘문학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서 정말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하느냐?’는 반문이어야 할 것입니다. 문학은 아직 말이 되어 있지 않은 말을 함으로써 현존하는 언어의 구조에 변화를 일으키고, 나아가서는 이를 통해 현실 변화의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아직 알려지지 않은 채 존재하는 새로운 가능성들을 찾아내고 그것들이 당대의 언어 구조에 일으켰거나 일으킬 수 있었던 변화들을 밝혀내어 지금 그것들을 반복하는 것이야말로 연구자가 해야 할 일이겠습니다.


말은 거창하지만 저는 그런 일들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당연하게도 턱없이 모자랍니다. 다만 그런 일을 열망하고 있을 뿐입니다. 예전에 언젠가 한 선배가 저에게 여자친구가 없음을 알고는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하면 그에 맞는 여자를 찾아 소개해 주겠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쁘고 예쁘고 예쁜 여자를 찾아 달라고 말했더니 끝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채 졸업해 버리더군요. 저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공부하고 공부하고 공부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 과정에서 떠오르는 잡다한 생각들을, 청탁을 받아 글을 쓰기 시작하면 아마도 대부분이 재활용 원고들로 채워지기가 쉽겠지만, 조금씩 적어나가겠습니다.

 

마당 2014.03.31. 4:40 pm 

양재훈 선생님의 '잡담'을 기대합니다. 선생님의 말씀처럼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비문학적 질문에 잡담으로 대답하는 것이 가장 전투적(?)일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문학이란 예쁜 여자친구를 만나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윤정안 2014.04.01. 12:33 pm 

선생님의 잡담을 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예쁘고 예쁘고 예쁜 여자친구도 어서어서 만나시기를 바랍니다^^

신동흔 2014.04.01. 6:30 pm 

동지가 되었네요. 멀리서 작은 응원 보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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