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1543

프린트하기

프로문학 연구에 대한 한 소회-대구 심포지엄을 다녀와서

신두원

지난 토요일 대구에서 열린 연구소 창립 20주년 기념 심포지엄 ‘프로문학의 재검토’를 다녀왔습니다. 좀 먼 곳에서 개최되긴 했어도, 경북대 분들이 열심히 준비해주신 덕분에 나름 성황리에 개최되었어요. 특히 오랜만에 뵙는 김재석 선생님과 박현수 선생님, 김주현 선생님께서 학생들도 많이 동원(?)해 주시고, 점심에다가 저녁 식사까지도 준비해 주셔서, 연구소로서는 비용도 많이 들이지 않고 네 번째 행사를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작년에 창립 20주년 심포지엄을 기획할 때 5차례나 치르는 것이 과욕이 아닐까 우려도 했지만, 4차 심포지엄을 치르고 나니 5회 기획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랫동안 뵙지 못했던 지방 회원들과의 만남이 제일 의미 있었던 것 같고, 또 다양한 주제로 여러 차례 심포지엄을 치르다 보니 연구소가 향후 관심을 두어야 할 연구 주제들도 어느 정도 부각된 듯해요.

 

특히 이번 주제는 ‘프로문학의 재검토’였는데, 사실 프로문학은 연구소가 창립할 당시 현대문학 전공자라면 누구나 관심을 갖던 주제였지요. 그냥 관심이 아니라 지대하고 열렬한 관심이었지요. 아마 당시 현대문학 회원 중 프로문학에 관해 두어 편의 논문을 안 쓴 사람은 거의 없을 테지요. 연구소에서도 주요 연구주제로 삼아 공부를 했었고, 연구발표회 때면 토론이 가장 치열하게 이루어진 테마도 바로 프로문학이었어요.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낄 만큼 연구 지형이 많이 변화했습니다. 프로문학은 어느 샌가 가장 관심을 갖지 않는 주제 중 하나가 되어 버렸지요. 그동안 연구소에서도 한번쯤 프로문학에 대해 다시 집중적인 관심을 기울인 적이 한번은 있었더랬습니다. 2002년인가, 남한강수련원에서 여름 수련회와 함께 개최한 심포지엄이 ‘프로문학의 재조명’이었지요. 한동안 프로문학을 잊고 있었던 우리 회원들이 오랜만에 열띤 토론과 음주가무로 밤을 새웠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때 이후로도 다시 프로문학은 연구소의 주요 주제로 떠오르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재작년 임화 탄생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하면서 다시 조금씩 프로문학이 중요한 주제로 부각되어 연구소에 ‘프로문학 연구반’까지 조직되고 그 힘을 받아서 올해에도 프로문학으로 연구소 창립 20주년 심포지엄의 한 자리를 채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올해 심포지엄은 2002년의 심포지엄과 비교해서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2002년 심포지엄만 하더라도 저를 포함하여 대부분 70년대부터 80년대 초반 학번까지 거의 연구소 창립 멤버들이 발표를 맡았었지요. 그러니까 한때 프로문학을 연구하다 잠시 딴 길로 빠졌던 사람들이 다시 프로문학을 살펴보았던 자리였지요. 그러나 올해 심포지엄은 완전히 세대 교체가 되었습니다. 신세대 연구자들이 거의 발표를 담당했고, 김기진과 김남천이 주요 인물로 다루어졌으며, 매체, 번역, 여성 등 새로운 키워드로 접근이 이루어졌어요. 무엇보다 (이렇게 불러도 괜찮다면) 구세대 연구자들이 연구 대상과의 ‘객관적인 거리’를 확보하지 못하였다면(80년대는 30년대의 프로문학이 반세기의 격절을 뛰어넘어 ‘복원’된 시대이기도 했지요. ‘노동해방문학’으로. 그래서 당시의 연구는 ‘더 나은’ 프로문학의 관점에서 과거 프로문학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식으로 이루어지기 일쑤였지요.), 신세대 연구자들은 당연히 그러한 ‘객관적인 거리 확보 실패’로부터 자유로운 점도 큰 차이가 될 것입니다. 하여튼 이번 심포지엄의 발표 논문들은 상당히 과거 연구와는 상이한 경향을 드러내었습니다.

 

그러나 객관적인 거리를 확보하느냐 여부가 곧바로 더 좋은 연구를 담보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번 심포지엄의 신세대 연구자들이 프로문학이라는 대상을 새롭게 연구되어야 할 문학사적 사실 즉 ‘과거 사실’로 다루고 있는 듯한 느낌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프로문학은 한편으로는 1920-30년대에 구 소련의 영향 아래 전 세계적으로 진행된 역사적인 문학운동이면서, 다른 한편 해방 직후의 조선문학가동맹을 중심으로 전개된 문학운동을 거쳐 1970-80년대 남한의 ‘민족문학운동’으로 이어지는 역속성을 지니기도 하지요. 오늘날 남한의 진보적인 문학운동은 다소 형해화되어 있지만, 아직도 자본주의를 극복하고자 하는 지향이 지속되고 있다면 오늘날까지도 연속성을 지닐 수 있는 운동인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80년대에 그 연속성을 몸으로 체현하였던 구세대와, 이제 새로 대두하고 있는 신세대의 프로문학 연구가 협력하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아닐까요. 그날도 구세대 연구자들이 일부 토론자로 참여하여 신세대 연구자들과의 시각 차이를 조율하였으나, 늘 그렇듯이 짧은 시간으로 인하여 충분한 토론이 이루어지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 프로문학을 대상으로 하는 신구세대의 공동 연구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최병구 2010.10.20. 9:57 pm 

좁은 공간에서 공부하다 여러 선생님들 앞에서 발표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그 날의 경험이 앞으로 써야 할 논문들에 조금이라도 담겨져 나와야 할 텐데 걱정이 앞서네요 ㅎㅎ^^ 음... 프로문학이라는 대상을 '과거 사실' 로 다루고 있는 느낌이 드신다는 지적 앞에서 움찔해 지지 않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프로문학을 과거 사실로 생각한 적은 석사1기 입학이후 단 한순간도 없었습니다. 주변에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봐도 비슷했던 것 같구요. 그러나 이러한 문제의식이 논문에서 나타나지 않는 다는 사실이 문제일 텐데.. 그 만큼 생각의 깊이나 방법의 측면에서 아직 갈길이 멀다는 증거겠죠. 어렵습니다. 정말 ㅎㅎ


이전글 다음글
목록 글쓰기


'세상 읽기'를 시작하며 [1]
2010.05.18. 2332
18 문제적 문학인 임화
2010.10.24. 1949
프로문학 연구에 대한 한 소회-대구 심포지엄을 다녀… [1]
2010.10.17. 1544
16 '진보' 사용설명서
2012.05.17. 1013
15 '사랑'을 믿지 않는 <난쏘공> - 최인석의 <연애, 하는… [1]
2012.05.02. 1450
14 곤혹의 나날, 다시 문학을 생각한다 [4]
2012.04.24. 963
13 영국에서 보내는 짧은 편지
2011.09.27. 1452
12 당신들의 천국
2011.01.05. 2079
11 빚진 자의 혼잣말 - 전태일 40주기에 [1]
2010.11.09. 1855
10 한 주만 쉬지요 [3]
2010.09.08. 2447
9 싸이코패스 공화국 [1]
2010.08.31. 1966
8 개 같은 내 인생 [4]
2010.08.25. 2144
7 망언과 실언 [4]
2010.08.18. 1786
6 현실적인 것과 비현실적인 것
2010.08.10. 1692
5 폭력은 오래 지속된다 [3]
2010.08.04. 1802


1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