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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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패스 공화국

許弛

 

“사이코패스들은 감정을 관여하는 전두엽이 일반인들처럼 활성화되지 않기 때문에 감정을 느끼는 데 매우 미숙하다.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해 이기적이며, 대단히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행동을 한다. 대부분의 사이코패스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연쇄살인마가 되는 것이 아니라 --(중략)--폭행이나 상습 절도, 강도같은 범죄를 우발적으로, 연속적으로 일으켜서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경우가 많다. 거짓말에 매우 능하고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나도 눈 하나 꼼짝하지 않으며 곧바로 다른 거짓말을 생각해내기도 한다. 뻔뻔하게 어떤 말이든지 아무렇지 않게 내뱉기 때문에, 매우 무식한 사람이라도--(중략)--아주 박식하고 매력적이며 유능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사이코패스는 주어진 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발현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계나 업계의 상위 계층에 속한 사람들에도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은 계산적인 행동과 표정과 말투로 사회에서 능숙히 섞여 지내고 환경에 따라 발현되는 정도가 달라 범죄를 했을 때만 사이코패스를 일반인과 구분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진다. 그래서 보통 사이코패스를 '반사회적 인격장애' 라 부르기도 한다.”

이상은 한 포털사이트에서 찾아낸 한국어판 위키백과의 사이코패스(psychopath)에 관한 설명이다. 요즘 부분 개각을 위한 인사청문회 보도를 접하는 동안 도대체 저 사람들은 저런 비리와 범죄 사실들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는데도 어떻게 자신의 입으로 자진 사퇴를 한다는 말을 하지 않고 저 굴욕을 견디고 있는가 하는 궁금증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국무총리 자리, 장관 자리가 아무리 탐이 나더라도 그 자리가 자신의 전인격과 맞바꿀만한 가치가 있는가 상식적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그리고 이런 일이 이번만이 아니라 인사청문회가 있을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놀라움이나 분노를 넘어 뭔가 다른 방식의 과학적 해명을 요구한다. 그런 생각 끝에 만난 것이 바로 이 사이코패스라는 개념이다.

그들은 상습투기, 위장전입, 탈세, 횡령, 공금유용, 뇌물수수, 차명거래, 선거법 위반, 명예훼손, 논문 표절 등 이루 다 거명하기도 숨이 찰 정도의 다종다양한 범죄와 비리를 직 간접적으로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니까 사실 지금 그들이 서 있어야 할 자리는 청문회 자리가 아니라 법정의 피의자석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그 팩트들 앞에서 그들은 처음엔 “그런 적 없다”에서 “기억이 안 난다”로, 다시 “잘못인지 몰랐다”에서 “잘못했다”를 거쳐 “죄송하다”에 이르는 후안무치한 부인과 변명, 형식적인 사죄로 일관하고 있다. 그들의 시인과 사죄가 전혀 진정성이 없다는 것은 그들이 그 자리에서 자진사퇴 선언을 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고 있다는 데서 잘 알 수 있다. 도대체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자신들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는지 알지 못한다. 그들이 상습투기를 하거나 위장전입을 하면 누군가는 내집 마련의 기회를 잃거나 부당하게 교육의 기회를 상실한다. 그들이 공직자로서 횡령과 공금유용, 뇌물수수, 탈세를 저지르면 그만큼의 혈세가 낭비되고 그만큼 누군가는 허리띠를 졸라매야하며 심지어 목숨까지도 잃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거듭 폭로되는 비리사실과 뻔뻔한 거짓말로 인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그들은 모른다. 또 그들은 대개 같은 범죄를 연속적으로 저지르며, 그것이 들통나면 연속적인 거짓말로 대응한다. 그리고 그들은 대개 스스로 대단히 유능하며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고 자신감 넘치는 삶을 살아왔다. 그리고 그들의 비정상성은 바로 지금처럼 그들의 범죄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을 때에만 보통 사람과 구별된다. 그러므로 그들이야말로 ‘반사회적 인격장애’, 즉 사이코패스로서의 자격을 가장 잘 갖추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반사회적 인격장애 현상은 고위 공직으로 올라갈수록 더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사회는 자신의 범죄와 타인의 고통에 둔감한 사이코패스가 되지 못하면 고위공직에 올라갈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이코패스들이 통치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더욱 무서운 것은 그들을 비난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 일말의 선망을 품고 있는 우리 모두가 사실은 예비 사이코패스들인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 이 글은 이번 주 <시사인>에도 같은 제목으로 게재되었습니다.



joyman 2010.09.06. 2:30 pm 

사실은 어느 한 개인이 아니라 이 사회에 만연돼 있는 게임의 룰이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들은 그 게임의 룰을 자신에 맞게 적응하여 성공의 가도를 질주하지요. 장관이 되려고 하지 않았다면 아마 아무 문제(?)가 없었겠지요. 위장전입은 자식을 위한 것으로 둘러대면 되고 부동산 투기는 안하면 바보라는 식이지요. 그 도박판에 끼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그러면서 저들은 열심히 사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전범을 보여준다고 떠들지요. 100억 이상을 배팅하면서 말입니다. 그들의 도박판으로 죽어나는 서민들은 안중에도 없지요. 아, 저주스런 도박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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